"먹고 바로 눕는 습관 절대 금물"…식도염 방치하면 암 위험 증가↑ [인터뷰]
속이 쓰리고 답답한 느낌이 들 때면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인지, 혹은 질환이 있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심할 때면 속이 불편해서 밤에 잠을 이루기도 어렵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혹시 식도염의 증상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식도염은 현대인들에게 워낙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인 탓에 방치하기 쉬운데, 재발이 잦은 데다 방치하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높이는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내과 전문의 김경준 원장(위플러스내과)은 "식도염은 적절한 생활 습관 관리만으로도 예방과 증상 완화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식도 조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경준 원장에게 역류성 식도염의 위험성과 관리 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 봤다.
q. 식도염이란 무엇인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식도염은 식도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약물 등이 식도염을 유발하기도 하며, 바이러스나 곰팡이에 감염되었을 때에도 식도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통 식도염이라고 할 때는 위산 역류로 인한 역류성 식도염을 말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말 그대로 위산이 식도로 거꾸로 넘어오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위산은 상당히 강력한 산도를 띠고 있는데, 그러한 위산을 분비하는 위벽은 이 정도의 산성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식도는 위벽에 비해 산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손상도 쉽게 입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식도가 위산에 의해 손상을 받으면서 염증이 생기는 것이 바로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q. 식도염의 주요 증상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흔한 증상은 속쓰림과 가슴 통증입니다. 사람에 따라 타는 듯이 아프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뻐근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외에 목이 이물질이 걸린 듯한 느낌과 가래가 끼는 느낌, 신 트림이 자주 올라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목소리가 변하거나, 3~4주 이상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는 경우에도 식도염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q. 소화불량과 증상이 비슷한 것 같은데 구분 방법이 있나요?
소화불량은 범위가 상당히 넓고 원인도 다양합니다. 위나 식도뿐만 아니라 간, 담낭, 췌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소화불량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갑상선 질환이나 당뇨병 등의 전신 질환도 소화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을 증상만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시경과 초음파, ct 등의 검사까지도 필요한 것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속쓰림, 가슴이 타는 듯한 불편감, 가슴 통증, 목 이물감 등 전형적인 식도염 증상이 있다면 다른 질환보다 식도염을 우선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아주 심한 증상이 있거나, 4주 이상 소화 불량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원인 감별을 위해 병원을 찾아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q. 식도염은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나요?
크게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식도염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인데요. △과식 △야식 △식사 후 바로 눕기 △기름진 식단 △과도한 카페인 섭취 △음주와 흡연 △꽉 끼는 옷 등은 가급적 자제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또한 복부 비만이 있는 분들이라면 비만 관리도 필요합니다.
병원에서는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하는데 대부분은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방식의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약물 자체에는 효과가 좋지만, 생활습관 교정과 식단 조절을 병행하지 않으면 치료 후에도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꼭 관리가 필요합니다.
q. 식도염에 좋은 음식, 피해야 하는 음식이 있을까요?
비만인 경우라면 체중 관리가 최우선이고요. 적절한 단백질 섭취는 좋지만, 고지방 음식은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음식 종류에 관계없이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을 먹거나 잠들기 전 야식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탄산음료나 커피, 산도 높은 주스, 초콜릿, 기름기 많은 음식, 술과 담배 등은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좋은 음식을 꼽자면 양배추나 해조류처럼 위, 식도 점막 보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는 나쁜 음식을 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음식을 먹고 바로 눕는 습관이 왜 그렇게 나쁜 건가요?
우리가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식도가 위보다 높은 위치에 있게 됩니다. 물론 지나치게 과식을 했다거나 복압이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역류가 일어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문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누워 있는 자세에서는 식도와 위의 높이가 비슷해집니다. 이때 식도와 위 사이 괄약근이 조금 느슨해져 있고, 위 내부에 음식물이 남아 있다면 식도 방향으로 역류하기 쉬워집니다. 이 탓에 식도가 위산에 의해 쉽게 손상을 입는 것입니다.
q. 식도염을 방치하면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나요?
식도염은 대부분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로 호전이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방치되는 경우는 드물긴 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오랫동안 식도염을 방치하는 경우, 식도 궤양을 유발할 수 있겠습니다. 또 이 궤양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 보면 식도 협착이 생기면서 식사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고요. 식도의 조직학적 변화가 나타나며 '바렛 식도'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는 식도암의 위험 요인으로 분류되는 식도 변형인 만큼, 이 정도가 되기 전에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그렇다면 식도염 치료 후, 재발 방지 방법이 있을까요?
역시 앞서 살펴본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만을 조절하고, 식후에 바로 눕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야식과 과식, 음주, 흡연 등도 피해야겠죠. 잠을 잘 때는 상체를 조금 세우고, 왼쪽으로 돌아누워서 자는 것도 방법입니다. 위장은 인체의 정중앙보다는 살짝 왼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왼쪽으로 누워 자면 자연스럽게 위가 식도보다 아래쪽에 위치하게 되며, 역류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가 됩니다. 잠을 자다 보면 자세가 바뀔 수도 있지만, 너무 속이 불편하다면 자세를 잡아 주는 기능성 쿠션이나 침구류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획 = 김지연 건강 전문 아나운서